24.05.11.토
체크인 시간 전이라, 숙소에 짐만 놓고 제일 먼저 튀어간 곳은 바로 피츠로이!
토요일에만 열리는 피츠로이 마켓이 2시까지만 연다고 해서 얼른 마이키카드 충전해서
유료트램존인 피츠로이까지 향했다.
마이키카드는 호주 여행 다녀온 지인한테 물려받았는데, 오늘 하루 쓰면 더 쓸 일은 없을 듯 싶다.
아주 알맞게 딱 잘 썼다.
날씨를 미리 찾아봤을 때 내내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한 것 치고는, 하루종일 비 한방울 없이 적당히 청량하고 시원해서 날씨가 너무 좋았다.
길가에 펼쳐진 나무들이 주황노랑 물들어가는 게 정말 이젠 가을에 접어서고 있는 듯 하다.
이때가 12시 정오 무렵인데..
비행기 내리기 전에 먹은 브렉퍼스트 기내식은 이미 소화가 됐지만.., 너무 배가 고팠음에도 피츠로이 마켓 보겠다는 집념으로 일단 움직였다. (마침 도착하는 날이 딱 장날이라니 너무 러키비키하다고 생각함)
그래서였을까 피츠로이에 들어서자마자 소품샵들이 잔뜩 보였으나, 지갑에 타격 없이 아주 빠르게 하나하나 클리어해나갔다.
피츠로이 거리와 소품샵
딱히 사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어서인지 더 금방금방 보고 나간 듯 했다.
어떤 곳은 입구 들어서자마자 5초만에 스캔 끝내고 나온 것 같다.
식욕이 너무 강해져서 물욕을 대체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실제로 살 것이 별로 없기도 했다.
가끔 귀여운 아이템이 있긴 했지만, 사고 싶다..! 정도가 아니었고 만약 그렇대도 너무 비쌌다.
개인적으로 동남아 여행지 원탑이라고 꼽는 방콕에서 좋았던 점 중 하나가,
방콕 특유의 느낌을 살리면서 퀄리티가 좋고 예쁜데 실용적이기 까지 한 아이템을 파는 소품샵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피츠로이의 편집샵을 둘러보면서 느낀 건.. 뭔가 아래 같은 느낌의 샵이 많다는 것.
1) 인사동파 : 분명 한국에서 지구 반바퀴 거리 임에도, 왠지 모르게 인사동 느낌을 물씬 풍긴다.
인사동 쌈지길 기념품샵에서 파는, 과하게 알록달록한 부채와 저고리를 역체감할 수 있었다
2) 못된고양이파 : 못된고양이에서 팔 것 같은 머리집게와 소품들이 가지런히 디피되어 있다. 나름 현대적인 컨셉이었음에도 이미 성수의 그것에 익숙해진 내 마음을 열긴 쉽지 않았다.
3) 나름특색파 : 인사동파에서 좀 더 가다듬어 세련되어진 소품들이 왕왕 있지만, 역시 내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다.
사실 한국도 이미 발전할대로 발전해서 정말로 예쁘고 특색있는 물건을 파는 곳이 이미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 눈이 많이 높아져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쁜 샵도 중간중간에 있다. 그리고 내가 미처 발견 못한 샵도 있을 수 있다.
직접 방문해보며 발굴해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소품샵 뿐 아니라, 피츠로이는 거리 자체가 너무 예쁘고, 죽 늘어선 거리를 따라 힙한 감성의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파는 예쁘고 맛있는 가게들이 많다.
가게 앞 테라스석은 특히 정말정말 예쁘다.
멜버른 시내와는 또 다른 힙한 감성을 즐기기에 참 좋은 곳인 것 같다.
누가 멜버른 온다고 하면 꼭 가보라고 할 곳!
피츠로이 구제샵
피츠로이 구제샵은, 내가 구제옷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냥 다양한 아이템과 옷을 구경하는 느낌으로 스윽 둘러보았다.
피츠로이 마켓 (토요일 낮에만 연다!)
피츠로이 마켓은 위 구제샵 감성의 연장 + 좀더 힙한 느낌이었다.
구제샵은 구제 물품을 큰 가게에 다 때려놓고 판다면,
피츠로이 마켓은 마치 팝업스토어처럼, 작은 공간의 구획 각각을 각 업자가 책임지고 판매하기 때문에 물건을 좀 더 신경써서 떼어온 느낌이 들었다.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예쁘다 싶은 물건들이 있었다.
피츠로이 마켓 내부 사진은 안찍었네 ㅠㅠ 사람이 많고, 구제샵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해서 찍지 않았나보다.
타코 맛집
frankie's tortas and tacos
사실 피츠로이 마켓에 가기 직전에 너무 배가 고파서 타코집에 들러 간단히 끼니를 해결했다.
고수를 빼달라고 하라는 리뷰대로, 까먹지 않고 고수를 잘 빼서 만족스러웠다.
한국에서 먹은 타코는 난?이 쫀쫀하고 내용물이 만두처럼 잘게 다양하게 들어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는 일단 난?이 눅눅해진 나초 같은 식감이라 신기했고,
내용물은 짭짤한 치킨+절임양파+소스 뿐이라 살짝 놀랐다.
처음엔 이게 맞나.. 하면서 먹었는데 소스가 맛있어서 그래도 나름 맛있게 먹었다.
호주는 눈이 맛있는 곳이지 입이 맛있는 여행지는 아니라고 하도 많이 들었음에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잠시 잊고 있었다.
첫 끼 스타트를 끊으니, 느슨해졌던 기강이 단숨에 다잡아졌다.
그래도 이정도면 생각보다 맛있다고 생각했다.
룬 크로와상 피츠로이 본점
피츠로이 마켓을 보면서 소화시킨 배를 채우기 위해 (마켓 30분도 구경 안함)
도보로 약 15분 거리의 룬 크루아상으로 향했다.
웨이팅이 있을 시간대였지만, 타코를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웨이팅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도착해보니 역시나 웨이팅이 있긴 했지만 그리 길진 않아보였고, 한 30분 정도 기다렸던 듯 하다.
크로와상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tmi. 홍콩 베이크하우스에서 먹은 빵드초코가 내 인생 빵이다)
같이 시킨 플랫 화이트는 너무너무 부드럽고 맛있었다.
직원들도 참 친절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얼타고 있는 내게 직접 음식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빈 자리도 마련해주었다.
참고로 좌석은 보통 꽉 차있지만, 직원에게 말해놓으면 빈 자리가 생기는 즉시 우선적으로 안내를 해주는 편인 듯 했다.
다시 방문한다면 기본 크로와상이나 초코 크로와상을 먹어보고 싶다. 커피가 맛있어서 다시 갈 의향 있음!!
나오는 길에 마주친 귀여운 강쥐. 주인님이 얼른 먹고 나오시길 ㅠㅠ
이후 몇 곳의 가게를 더 둘러본 뒤.. 폰 배터리가 방전됐다 ㅠㅠ
첫 개시한 보조배터리는 충전이 되어 있지 않음을.. 몰랐고..
'도착지 외워두기 힘드니까, 배터리 나갈 거 대비해서 미리 캡쳐해둬야지'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안심함 ㅠㅠ
다행히 캡쳐할때 눈에 들어왔던 키워드인 '윌리엄 스트리트' 덕분에 내릴 곳을 얼추 기억해 무사히 트램에서 내릴 수 있었다.
캡쳐 자체가 어쨌든 도움이 된 셈.
(트램에서는 폰이 안되니까 멍-하니 풍경구경하는 척, 귀로는 윌리엄 스트리트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영어듣기평가 수준의 집중력 발휘함)
폰을 충전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와서, 잠깐의 휴식과 재정비 후 다시 밖으로 나갔다.
이대로 숙소에 말뚝 박기엔 하루가 아깝다!!!
빅토리아 주 의사당,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 피츠로이 가든 그리고 젤라또
오늘 주말이라서인지 결혼하는 커플이 정말 많았다.
오늘 흰 웨딩드레스만 10벌 이상. 색깔 관계없이 드레스만 수십벌을 봤다.
행복해보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인생에 한 번 뿐인 소중한 날을 맞이하는 이들, 그들을 위해 하루를 예쁘고 즐겁게 만들어주고자 노력하는 사진작가 및 들러리 역할의 친구들.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에너지가 나한테도 전달되는 기분!
피츠로이 가든은 특히 너무 웅장하고 아름다워서 영상도 찍었다.
평화로운 녹지 + 음악으로 한껏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평이 좋던 젤라또 집에 갔다.
신 걸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다. 젤라또라기보단 아이스크림 느낌이었다.
이탈리아 젤라또의 쫀득함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지.
인기가 많던 피스타치오 맛은 좀 더 쫀득할지 궁금해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별 3.5!
어그(UGG), 기념품 샷,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다시 트램을 타고 시내 중심부로 이동했다.
UGG를 들렀는데 관광객이 많아서 점원이 굉장히 바빠보여서 혼자 알아서 잘 구경했다.
나 터치 안해서 오히려 좋아.
집에 마이크로 어그가 이미 있어서, 들었다 놨다 살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일단 나왔다.
안되면 시드니에서 사지 뭐.
혹시 궁금하신 분들 참고하시라고 가격을 일일이 찍어보았는데, 지금보니 확실히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긴 하다
중간에 sure도 들렀는데, 정말 내 취향이 아니라서 대충 둘러보고 나왔다.
이 거리를 지나 도서관에 당도했다.
내부에 들어가니 도서관을 구현한 레고가 있었다.
빅토리아 도서관 소소한 팁!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하면 나오는 바로 그 광경! 위에서 도서관을 내려다보는 웅장한 광경!을 보려면,
6층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입구의 엘베나 안으로 쭉 들어가서 입구랑 대칭되는 방향 엘베로는 4층에 갈 수 없다.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의 children quarter 쪽에 있는 엘베를 타야 6층에 갈 수 있다.
이렇게 올라가면.. 아래와 같이 웅장한 도서관 전경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도서관을 나오니 해가 지고 있었다.
일행은 이틀 뒤에 호주에 도착하기 때문에, 내일까지는 혼자 돌아다녀야 하는데..
길을 걸어다니다 보면 노숙자가 꽤 많아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만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 바로 근처에 kfc가 있길래 사왔다.
kfc 버거 먹으면서 나는솔로 보기!!! 미리 다운받아 온 나 칭찬해!!
zinger burger + 양배추 추가 + 코울슬로 샐러드 추가 + 페퍼 마요 추가 = 진짜 끝장남. 좐맛.
솔직히 여기와서 먹은 것중 두 손가락 안에 든다.
진짜 맛있었다..
참고로 이 햄버거 살 때 몇 가지 일이 있었다.
노숙자 두 명 마주친 이야기
1) kfc 노숙자썰
kfc에서 주문 후 대기 중에, kfc로 여성 노숙자 분이 들어왔다. 딱 봐도 노숙자 티가 나는 행색이었다
들어오자마자 가게에 있는 손님들에게 한 사람씩 말을 걸며 혹시 1달러라도 돈을 줄 수 없을지 물어보고 돌아다녔다. 엄청 큰 목소리로 정중하게
다들 예의 있게 웃으며 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의식이라고 해야할지 대단하다.. 싶으면서 한편으론 나한테 왔을 때 어떻게 거절할지 영어 멘트 준비하게 되더라.. 왠지 긴장됐다..
근데 나는 스킵하고 넘어갔다.. 없어보였나ㅜ 쫌 서운한데요 (나 포함 몇 명 그냥 스킵하긴 함)
익숙한 일인지 관심이 없는건지 직원들은 보고도 제지하지 않고 그냥 냅두더라.
무서운 것 까진 아닌데 해가 거의 진 시간대라서 그런 적극적인 노숙자분이 있다는 사실에 좀 긴장됐었다.
2) 편의점 아저씨썰
kfc에서 무사히 햄버거 받고 나와서 바로 옆 편의점에 물이랑 간식 사러 들어갔다.
이제 편의점에 있는 사람들도 노숙자로 의심이 되었다ㅠㅠ 에휴 인류애 다잡자 긴장 풀자 생각하며 매장 안을 둘러보는데, 바지 품에 제로콜라를 우겨넣는 아저씨랑 딱 마주쳤다...
사실 그 아저씨를 보고 에이 설마 노숙자 아니겠지 라는 의심을 했던 거였는데 맞았던 것 ㅠㅠ(옷차림이 뭔가 허름했음)
그 아저씨도 참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게, "윗 옷 올림 -> 바지 앞 춤에 콜라 넣음 -> 윗 옷 덮음" 이걸 빠르게 한번에 해야지, 티나게시리 너무 느리게 분절 동작해서 내가 봐버림...
무튼 딱 마주친 그 순간에 둘 다 당황했는데, 나는 속으로 '지읒됐다..' 싶었지만 애써 모른 척 못 본 척 태연한 표정으로 옆 섹션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근데 아저씨가 뒤에서 서성거리면서 뭐라뭐라 중얼거렸는데, 해뷰씬? "봤나? 너 봤어? 본거야?"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영어라서+내가 이악물고 모른 척 연기하느라 더 입력이 늦었는데
혼잣말인지 나한테 말했던건지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걸 동생한테 말했더니 너무 소름돋는다고 해서 나중에서야 나도 새삼 소름이 돋았다..ㅠㅠ
무튼 이악물고 모른 척하고 살거 마저 고르다 보니 어느새 아저씨가 사라져있었다.
살짝 안심한 채 물건 가지고 카운터에 갔는데, 카운터를 보니 너무 티나게 도둑질이 가능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카운터는 아크릴판 같은 것으로 살짝 분리되어 있었고, 빵을 사면 직접 구워주는 매장이라 직원이 빵을 구우려면 매장이랑 등을 지는 형태였다.
아저씨가 이때를 노리고 콜라장발장을 시도한 것 같았다. 그럼 뭐하나 나한테 들켰는데...
카운터를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옆을 돌아봤는데, 계산대 옆에 커다런 커피머신 앞에서 아까 그 아저씨가 뭔갈 제조하고 있었다.
계산대 구경하느라 늦게 발견했지만, 주변시야로 아저씨 발견하자마자 바로 고개를 돌렸는데, 아저씨는 날 애저녁에 인지하고 있었던 듯...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직원한테 혹시나 말할까봐 감시한 거 였을까 싶기도 했다.
다행히 별일없이 무사히 계산을 하고 나왔고, 곧바로 건너편 호텔로 들어갈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저씨가 날 따라 나오지도 않았다.
호주 치안이 나쁜 편은 아니라는데,
연이어 두 명의 사람을 만나버리니... 너무 만만히 보면 안될 것 같다. 주의해야겠다.
내일은 아침 일찍 나가서 일찍 들어오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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