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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위대장내시경 후기 + 과민성 대장증후군 완치기..?


내시경 후기


벌써 십 수 년 된 과민성 대장염/증후군.
이런저런 노력을 해봤지만 딱히 효과는 없었고 몇 년 전부터 대장내시경 해야지, 하는 김에 위내시경도 해버려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다.
늘상 우선순위에 밀려 미루다가 이젠 진짜 받아봐야겠다..! 결심이 서자마자 곧바로 병원을 찾아봤다.
간단한 검색을 통해 집에서 비교적 가깝고, 규모가 꽤 있어보이는 여성 전문 병원에 예약을 잡았다.
내시경은 어느 정도 규모와 경험이 있는 병원에서 해야 이상소견을 잘 캐치한다는 말을 주워들은 까닭이었다.
간단히 '예약했다'라고 했지만, 의사쌤을 뵙고 초진을 해야만 하는 병원 시스템 + 여자 의사쌤은 인기가 많음 이슈로 인해, 병원 첫 방문 후 3개월 뒤에야 내시경을 받을 수 있었다.

위대장내시경 3줄 요약
1. 내시경 전 식단 조절이 힘들었고 - 못 먹는 게 너무 많아서 식욕 참기가 힘들다. 이럴 때 꼭 먹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식욕이 폭발한다.
2. 약먹는건 더 힘들다 - 약먹다가 토할 정도로 약먹기 힘들어서 결국 마지막 두 병은 거의 못 먹었다 ㅠㅡㅠ 이 쯤엔 위랑 장에 남아있는 게 거의 없어서인지 탈수 증상이 왔다. 화장실 가려고 일어서다가 시야가 흐려져서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쓰러질뻔 함.
3. 내시경 자체는 그냥 후딱 지나간다 - 눈 감았다 뜨면 내시경 끝나있고 어느새 집에 와있다. 마취기운이 한동안 남아 있어서 필름 끊기는 것처럼 기억이 잘 나질 않았고, 이게 은근 순간이동? 타임슬립? 한 느낌이라 오히려 좋았다. 빨리 다 끝내버리고 뭔갈 입에 넣고 싶었기 땜에..

내시경 비용만 약 30만원 정도 들었는데, 이전부터 장이 안좋아서 딴 병원에서부터 진료를 받았던 터라 여차저차 해서 보험처리를 받았다.
(+이후 회사 의료비 처리도 받아서 내 돈은 안 들었다 오예)

내시경 결과는 "아무 이상 없다"
예상하고 기대한 바이긴 하지만, 약간은 허무한 그런 느낌. 대체 내 장은 그동안 뭐가 문제였던 걸까
물론 그래도 별 이슈 없어서 다행이었고,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어 나로썬 미지의 세계였던 대장을 마침내 들여다보고 명쾌해질 수 있어서 후련하다.

이번 기회로, 군살없이 탄탄한 몸매보다는 적당히 살집이 있는 게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그야말로 몸소 체감했다. 나는 전자도 후자도 아니고 방아깨비 같은 개말라 인간이긴 하지만.
고작 하루 굶었다고 눈 앞이 흐려지는 건 못쓸 몸인 듯하다. if 누워만 있어도 살이 쪽쪽 빠지고 식욕이 부진해지는 큰 병(혹은 그에 비하는 중병)에 걸린다면, 나는 아마 오래 버티진 못하겠구나.. 하는 꽤나 현실적인 걱정이 들었다.
이후로 벌크업을 위해 하루 5끼 식사를 알람 맞춰가며 강제했다. 한동안은.


과민성 대장증후군 완치?


대장내시경 이후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대장에 아무 일이 없고 무사하다는 결론만 얻게 된 줄 알았는데, 더이상 설사를 하지 않게 된 것이다.
평소 아무 이유 없이 (+ 생리 첫 날까지) 최소 한 달에 5번 이상 장이 뒤집어졌었는데, 내시경 이후 그런 일이 더이상 없게 되었다.
지금은 내시경을 받은 지 한 달이 더 된 참인데 딱 한 번 (내시경 후 일주일이 채 안되었던 생리 첫 날) 뒤집어진 것 말고는 그런 일이 없다.
(이후 두 번째 찾아온 생리 때는 이마저도 없었음)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고 받은 내시경으로 원인은 못찾고 문제를 해결해버렸다 ..?!

장이 좋아진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내시경을 위해 장을 아예 싹 비우면서 유익균이고 유해균이고 할 것 없이 박멸되면서 그야말로 장 생태계가 아예 초기화된 것 같다.
이 깨끗한 도화지 같은 상태의 장에, 유익균이 잘 자리 잡은 모양이다.
기껏 복구된 장이 망가지지 않도록 앞으로 유산균도 열심히 먹고 관리 잘해줘야겠지
매운거 라면 알코올만 멀리 하면 90퍼는 성공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