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쨋날은 아침 일찍부터 투어를 신청해두었었다. 유럽 여행 때는 시내투어나 박물관/미술관(그 도시에 유명한 데가 있다면..) 가이드 투어를 한 두개씩 넣는 게 좋은 것 같다.
그 나라와 도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된다.
특히 이 날도 투어를 통해 엄청난 도움을 받게 된다.....
일단 아침 일찍 호시우 광장에서 모여서 투어가 시작되었다.
리스본 시내 투어

가이드님이 호시우 광장의 스토리부터 포르투의 역사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들려주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포르투갈의 집값이 1억도 안되는 정도로 굉장히 저렴했는데,
포르투갈 시민권 취득이 쉽다보니 여러 가지 복지 등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또는 에어비앤비 등으로 수익을 얻기 위해서,
외국인들이 포르투갈의 집을 대량 구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한국 집값 수준으로 굉장히 비싼 편이라고...
포르투갈 역사 얘기는 같은 건 거의 흐릿하고, 이런 부동산 이야기만 너무 선명히 기억나는 뼛속까지 한국인...ㅎ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푸니쿨라 트램까지 도달했다.
어제 봤음에도 오늘 다시 본 트램은 진짜 너무 예쁘고 낭만 있었다.

알칸타라 전망대에 올라와서 본 경치는 역시 끝장나게 예뻤다.
진짜 저 주황지붕들 다 너무 귀엽다.


푸니쿨라도 탑승 완!
내부가 진짜 클래식하고 스냅사진 찍으면 너무 잘 나올 것 같은 그런 감성이다.


위에서부터 푸니쿨라를 타고 쭉 내려와서 martim moniz 광장에 내려준다. 여기서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갈수도 있다.
일종의 회차지 인 것 같았다.
이 부근이 관광객이 정말 많고 번잡한데, 실제로 치안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편인 것 같다.
물론 리스본은 다른 어떤 유럽 도시보다 안전하고 치안이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리스본 내에서 그나마 좀 위험해보이는 곳 중 하나였다.
여기서 위험해보인다는건, 밤에 돌아다니는 건 피하는 편이 좋겠다는 그런 느낌. 그래봤자 바르셀로나보다는 훨씬 안전하다.


A Brasileira 카페!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관광객들에게 아주 유명한 카페이다.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도 페소아가 생전에 자주 들렀던 카페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카페 바로 앞에 페르난도 페소아의 동상이 있는데, 여기서 가이드님이 사진도 찍어주셨다.
야외 자리에서 커피 한잔 하면 정말 운치 있을 것 같다. 더울 때 쉬어가기도 좋은 위치인 듯.
그리고 그 아래 길에 있는 세계최초의 서점도 들렀다.
Livraria Bertrand - chiado.
세계최초라고 해서 엄청나게 특이점이 있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다들 기념으로 쁘띠한 사이즈의 시집이나 책 한권 씩 사가는 것 같았다.
벗 우리는 짐스러워서 사지 않고 눈으로 구경만 했다.

산타후스타 엘베 타러 가는 길의 경치! 너무 멋있당
우리는 내려가는 엘베를 탔다.
이때 쯤에는 투어를 같이 참여한 다른 일행들과도 살짝 말을 튼 상태였는데, 어떤 분이 자기가 어제 포르투에서 리스본으로 넘어왔는데
CP 기차가 파업을 해서 버스를 타야만 했다고 하마타면 버스표가 없어서 리스본에 못 넘어올 뻔 했다며 우리 보고 기차 확인 해보라고 했다.
메일함을 확인해보니, 정말로 CP에서 우리 이제 파업이니까 딴 교통 알아봐~ 하고 메일이 와있었다.
심지어 파업을 예고하는 편인지, 파업 1~2주 전부터 파업 예정이라고 메일을 보냈었고, 그 파업 당일이 어제였던 거다.
가이드님이 듣더니 얘네는 파업 진짜 자주 하는데 하루만에 끝나진 않을 거라고 오늘도 파업 여파가 있을 거니까 버스 이동편 미리 알아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얼른 버스표를 샀다. 혹시 파업 아니면 기차 타고 진짜 파업이면 버스 타지 뭐~ 하는 생각으로.
투어에 참여 안했으면 이런 것도 몰라서 기차역 가서 어리둥절 하다가 포르투에 못넘어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진짜 투어 하길 너무 잘했다고 다시 생각했다.

산타후스타 엘레베이터
어제 산 리스보아 카드를 이용해서 무료로 탔다. 굿굿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게 줄이 더 적다고 한다.
우리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갔는데 줄을 좀 서긴 했지만,
그래도 회사 엘베 기다리는 것보단 금방 빠진 듯 ^_^

멀리 보이는 아우구스타 스트리트 아치와 양 옆으로 쫙 뻗어있는 건물들이 연속적이고 아름다웠음.
이 거리가 쭉 펼쳐있는데, 적당히 그늘 있고 또 거리도 예뻐서 걷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 거리를 지나 걸어서 리스본 대성당에 도착했다.


성당 구경 순식간에 끝내고 산타루치아 전망대로 다같이 걸어왔다. 가이드님이 사진 또 열심히 찍어주시고 자유롭게 경치 구경할 시간 잠깐 주셔서 이 틈에 화장실에 가려고 여쭤봤다. 가이드님이 오른쪽 건물 끼고 돌아서 계단 반만 내려가면 화장실 있다고 하셔서, 혼자 글로 가서 화장실로 들어가려는데 문 앞에 있던 현지인이 날 막았다.
그리고는 전력이 지금 안들어와서 화장실을 못 쓴다고 했다.
엥? 이 건물이 전력이 나갔나? 싶어서 어리둥절 다시 돌아와서 가이드님께 전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잠깐 전기가 나갔나보다 다들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보니 어쩐지 푸니쿨라 트램이 길거리 한가운데에 그냥 서있는거다.
처음에는 그냥 정류장인가보다 잠시 서있나보다, 아니 사실 이런 생각도 안했고 그냥 난 여기가 초행인 여행자니까 원래 저런가보다 하고 아무 생각 없었다.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온 도시에 정전이 나서 트램도 멈춰있었던 거였슴..)
진짜 이때까지만 해도 심각성을 몰랐지....
정전의 시작
원래 투어 일정상 트램을 타고 내려갈 계획이었는데, 그게 불가능해져서 그러면 지하철을 타자고 하고 산타 아폴로니아 역까지 다같이 걸어내려갔다.

걸어내려오는 길이 이렇게 예뻐서 사실 별 고민 걱정 없이 신나게 내려옴.
근데 그렇게 지하철역 도착해보니, 여기도 정전 때문에 지하철이 운행을 안한다네;; 이 역에는 기차역도 있는데, 기차도 당연히 운행을 안한다고;;;
이제서야 모두가 아 이게 트램 관련해서 그쪽 지구만 정전이 아니라 전체적인 정전이구나 차츰 깨달아가고 있었다.
벌써 몇달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 다음 투어 코스가 카몽이스 광장이어서 그 근처에 가이드님이 점심 먹을 식당을 예약해두신 상태였다.
그래서 그곳으로 이동을 해야했는데, 우리가 있던 곳에서는 굉장히 먼 위치라서 걸어가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택시를 잡아 이동하기로 했다. 원래라면 트램을 타고 진작 도착했어야 함.
가이드님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프로의식 다잡으시면서 택시비는 자기 사비로 내겠다고 하셨다.
천재지변 같은 일에 참 곤란하시겠다 싶으면서도 책임감이 강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까몽이스 광장에 도착해서 다시 잠깐 가이드님의 설명을 듣고 드디어 밥을 먹으러 이동해야 하는데,
가이드님이 곤란한 표정으로 원래 투어 일정상 점심을 먹기로 한 식당이 정전 때문에 요리를 할 수 없어서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예약을 취소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이때쯤에 다들 몹시 배고프고 지쳐있었어서 꽤나 당황스러웠는데 가이드님이야말로 당황스러우실 것 같아서 다들 사탕 노나먹으면서 실없는 얘기 주고받으며
동지애를 다졌던 것 같다.
그러다가 근처 식당이 처음엔 음료만 주문 받아주겠다고 했다가, 불 안쓰는 요리는 가능하다고 해서
글로 넙죽 들어갔다!
대낮이라 밝아서 몰랐는데 식당에 들어가니 진짜 불이 싹다 꺼져있었다. 다행히 야외 테라스 석이 엄청 넓어서 거기 파라솔 아래 자리에 앉았다.

밥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어 이거 진짜 타격이 좀 있는데..? 싶었다.
이 정전 .. 소소한 정전이 아니잔하... 개큰정전이잖아.. ?
그러면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분들과도 다같이 이야기를 트고 막 여행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 어떻게 되는 걸가요..?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때쯤부터 데이터도 잘 안터지고 있었다 ㅜㅜ
같은 테이블에 있던 분들 중에 경상도에서 오신 중년의 부부가 있으셨는데, 두분이 너무 유머러스하고 재밌으셨다.
특히 어머님?이 말씀 너무 재밌게 하셔서 막 다들 깔깔 웃었음.
그리고 나도 아까 투어때 두 분 목격한 얘기를 했다.
푸니쿨라 앞에서 다들 사진 찍을 때
아주머니가 푸니쿨라를 구경하고 있는 걸 아저씨가 멀리서 카메라로 푸니쿨라와 함께 찍어주고 계셨다.
와 너무 낭만있다. 저렇게 묵묵히 좋은 풍경에 사진 찍어주는 자상한 남편이 있다니. 우리 아빠가 배워야 한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한마디 하셨다. "나와봐 좀"
이 얘기 했더니 진짜 k아버지라고 웃었음 ㅋㅋ ㅋㅋ
무튼 이렇게 즐겁게 식사가 끝나갈때 각자 먹은 것을 계산해야 하는데, 두분이 우리 테이블 식사를 쏘겠다고 하시는거다..!
같이 즐겁게 얘기해서 좋았다고 얘기하시면서 돈을 절대 안받으시려고 해서 덕분에 감사히 식사를 마쳤다.
이게 한국인의 정인가 .. ! 싶고 괜히 따쓰해짐 코슥
그렇게 이번 리스본 시내투어의 마지막 장소인 타임아웃마켓으로 향했다.


마켓에 딱히 둘러볼 만한 것이나 살만 한 것은 없어 보였다.
슬슬 포르투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이동해야했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버스 정류장을 갔더니만..


사람이 말도 안되게 미친듯이 많았다.
이것 또한 파업 때문..!!
여기서 기다렸다가는 숙소로 못돌아가겠다 싶어서, 20분 정도 거리를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한국에서 이정도 정전이면 시위 일어났을 것 같은데 여기 사람들은 너무 태평하다.
가게 점원들은 테라스 의자에 앉아서 깔깔거리며 수다 떨고 있고, 어떤 이들은 공원 잔디밭에 누워서 여유를 즐기고 있더라.
리스본 탈출
아무튼 살짝 땀흘리며 숙소에 도착해서 계단을 올라갔는데 숙소에 불이 안들어와서 어두웠고,
직원분이 랜턴을 들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맡겨 둔 짐도 랜턴 불빛에 의지하며 힘겹게 꺼내고 또 다시 힘겹게 계단을 내려왔다.
이제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승강장으로 가기만 하면 되는데....
이때부터는 인터넷이 아예 안터지기 시작..
일단 길가로 나가서 아무 택시나 붙잡고 버스 정류장 이름을 말하면서 어찌저찌 설명해서 갔다.
지도앱이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기존에 지도로 열었던 지역들은 캐시(cache)가 남아있는지 좀 보여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현금이 있는 것 또한 무진장 다행이었다. 카드 결제도 안되니 ....
기사님이 다행히 무사히 버스승강장에 내려주셨는데, 거기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혹시 버스 잘못 탈까봐 버스역 직원분들께도 적극적으로 물어봤는데, 다들 너무 친절히 알려주시고 내가 타야할 승강장까지 데려다주시기 까지 해서 감사했다.
뭔가 외국에 오면 한시적 E가 되는 것 같다.
한국처럼 도믿걸로 의심받을 일도 없고 다들 오픈마인드로 열려있어서 나도 스몰톡을 거리낌 없이 하게 된다.
이런 스몰톡 문화는 참 좋지만 그렇다고 외국에서 살고 싶은 건 아니다
외국은 여행으로 와야 좋지.. 배민, 쿠팡, 8282문화 포기 못혀요

어찌저찌 무사히 버스를 탔지만, 인터넷이 전혀 되지 않아 한국에 있는 이들에게 생존신고는 커녕 내일 신청해둔 포르투 투어가 제대로 진행되는건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근데 참 나 이렇게 긍정적인 사람이었나 싶게 아무런 걱정이 안들어서 나 자신도 신기할 정도였다.
뭐 어떻게든 포르투에는 도착할테고 일단 도착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숙소는 가지 않겠어?
다만 예정에없던 디지털디톡스를 하려니 그게 좀 지루했는데, 그래도 괜히 폰으로 일기도 쓰고 오프라인에 다운받아놨던 음악도 듣고
쪽잠도 자면서 포르투로 향했다.
포르투에 도착하다
약 4시간을 걸려 포르투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는 밤 10시 쯤이었다.
역시 여전히 데이터가 안터지고 있었지만, 정류장 내의 어떤 지점에서 무료와이파이가 간헐적으로 터져서 진짜 10여분 동안 씨름한 끝에 간신히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데 성공했다.
버스정류장에 있는 많은 여행객들 역시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기 위해 씨름하고 있었다.
보니까 가끔 어떤 이들은 또 인터넷이 터지는 것 같아보이기도 해서 알 수가 없었다.
택시를 호출한 뒤에 바로 또 인터넷이 끊겨서 택시가 제대로 오는지는 알수 없었지만 계속 택시번호를 외우면서 무사히 와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입으로 내내 되뇌이던 번호가 적힌 택시가 버스승강장 멀리에서 가까워지고 있는게 보였고, 마침내 택시를 탈 수 있었다.
택시 기사님은 인도 쪽 사람이었는데, 이 정전 사태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기사 - 이 정전이 왜 난지 알아?
나 - 인터넷이 안돼서 정확히 모르겠는데, 사이버 테러던가 뭔가 어디에 사고가 난거 아냐?
기사 - 아니! 이건 인간의 업보야 (정확히 카르마 라고 얘기함)
나 - ;;;
기사 - 인간들이 동물을 잡아먹고 자연을 파괴하고 그래서 신이 노하신 거야
나 - ;;; 그렇구나 ;;;
그냥 이때에는 나도 뭔가 정전의 이유에 대해서라던지 새로운 소식에 대해 듣고 싶어서
적당히 수긍해주면서 이야기를 계속 나눴는데 이 분이 자기는 시크교 신자라면서 자꾸 종말론적인 얘기를 해서 그냥 나중엔 웃겼음
빠니보틀 유튜브에서 시크교 성전을 본 게 기억나서, 아 시크교는 다 무료로 먹이고 재워준다매~
이런 쪽으로 얘기 틀어서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나름 재밌게 얘기를 하고 택시에서 무사히 내려서 숙소에 도착했을 즈음 환호성이 들리며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고 있었다.
전기가 다시 흐르는 것이다..!!
서둘러 숙소에 올라가 체크인을 하는데 직원분이 말했다.
"너희 정말 운 좋다! 방금 정전이 해제됐어. 너희가 오기 직전에!"
와 이제 폰 충전도 할 수 있고 현대 문명에 다시 들어섰구나 드디어.
전기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숙소로 들어섰다 ㅜㅜ
숙소 와이파이를 연결하니 인터넷도 잘되었다!! 이때가 진짜 너무 반가웠다.
사실 현대 문명과 진짜로 연결되었음을 느낀 게 이때였던 듯.
그래서 지인들과 가족들과 연락을 하는데, 카톡이 무진장 와있었다.
알고보니 한국에도 이 정전 소식이 뉴스가 크게 난 것 같았다.
내가 현지에서 체감하는 것보다 더 큰 사태였구나.. !
포르투에 무사히 왔다고 생존신고를 마치고 눕자마자 바로 기절했다.
'여행일지 >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20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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