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하 '왜나사'라고 부르겠다)
이제 절반 정도 읽었는데 너무 재밌다. 너무 재밌어서 앞으로 읽을 페이지가 점점 사라져가는게 아까울 지경이다.
근 5년 간 읽은 (몇 안되는) 책 중 1-top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였는데, 이 기세로는 '왜나사'가 넘어설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sf나 히가시노 게이고 류의 소설장르를 좋아하고, 다른 누군가의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이 드는 에세이도 즐겨 읽으며, 살아가면서 미처 알기 어려운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담긴 역사/미술/과학 등을 라이트하게 다루는 류의 서적도 곧잘 읽는 편이다.
사실 어릴 때 나는 내가 엄청난 이과형 인간이라고 생각했으나, 나이를 먹을수록 나는 어쩌면 문과가 더 적성에 잘 맞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문이과로 이분화해서 나누는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확실한 정답을 추구하는 이성형 인간이 이과라면, 뭔가 정답이 없는 이슈에 대해 고찰하고 고민하는 인간이 문과라고 굳이 라벨링하게 되는 것 같다. MBTI 처럼 유머스럽게 가볍게 소비할 수 있으면서도, 그러한 유형 특질에 대해 일일이 구구절절하지 않고 너무나 간단한 두 음절로 직관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으니까.
아무튼간에 이과인듯 문과같은 이런 나의 특징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끝내주는 표현과 비유가 담긴 책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경우, 일부 역사적 실화를 소설 속으로 끌고 와서 이야기를 펼쳐가는데, 내용이 가식적이지 않은데다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숨겨진 역사를 파헤쳐가면서 여러 가지 비유를 사용하여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형식이 너무너무 재밌었다.
왜나사도 비슷한 듯 다르다. 사랑을 해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괘씸하고도 충성스러운 심리에 대해 자세히 서술해나가는데 이때 심리학, 철학, 경제학 등에서 사용되는 여러가지 개념부터 아주 일상적인 소재를 모두 가져와 너무 탁월하게 비유해낸다. 연애를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거나 평소 일상 속에서 어렴풋이 느꼈던 감정과 느낌들, 굳이 말로 풀어낼 필요도 그럴 생각도 해본 적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적인 어떠한 감정의 뭉치, 생각의 덩어리들을 명주실 뽑듯 하나하나 글로 뽑아내서 구체화해내버리는 거다. 그게 너무 놀랍고 탁월한 지점이라고 느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을 때마다 이 작가 천재다 싶고, 그냥 작가로써 탁월할 뿐 아니라 굉장히 박학다식하고 인간적으로도 깊이가 있는 휴머러스(humorous)한 리터럴리 인간적이고 유머있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진다.
읽다보면 은근한 블랙코미디에 피식 피식 하게 되고, 계속 읽고 싶어 지는 책이다. (야근하고 집와서 책읽게 만들 정도니 말 다함;)
이번 주 안에 금방 다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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